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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광(狂), 책을 펴다 1 2008.07.01 / 온라인 편집부 인터넷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시대에 책을 통해 어떤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과거의 영화광들은 책을 통해 영화를 읽었지만, 요즘의 책들은 영화에 관해 더 폭넓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다. 영화의 정통성은 물론 인터넷과 싸워 이길 수 있는 아이템까지 갖춘 최근의 영화 관련 책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나. 영화 전문가 6인의 추천과 FILM2.0이 뽑은 베스트 리스트와 함께 2008년에 출판된 책 중에서 꼭 읽어보기를 권하는 몇 권의 책을 선정했다.
영화에 관한 수많은 책 중에서 무엇인가를 고른다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그 시대를 살아가면서 한 번쯤 봐야 할 책들이 있다. 한국영화아카데미 오승욱 교수, 서울아트시네마 김성욱 프로그래머, 동국대학교 영화영상학과 최병근 교수, 영화평론가 모은영, 영화감독 원신연, 윤성호가 나름대로 최근에 나온 책 중에서 읽고 넘어가야 할 한 권의 책을 추천한다. 다양한 애니메이션을 즐겨라 모은영의 <상상에 숨을 불어넣다: 애니메이션 거장 15인의 미장센 해부> (오노 고세이저 | 나비장책)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미국과 일본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는 여전히 제3세계 취급을 받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나름대로 애니메이션 강국이라 불리는 프랑스와 체코의 신작도 국내에선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 의미에서 <상상에 숨을 불어넣다>는 ‘제3세계’ 애니메이션과의 소통의 폭을 넓혀줄 반가운 서적이라 하겠다. 저자는 닉 파크, 르네 랄루, 얀 슈반크마이에르, 카렐 젤만 등 애니메이션 거장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인간적인 면모, 작업상의 어려움, 그들 자신만의 철학을 진솔한 문체로 담아내고 있다. 본격적으로 애니메이션 거장들을 연구한 귀중한 책이다. 애니메이션 관련 서적이 드문 국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애니메이션 연구자나 학생들은 특히 일독하시길. 은폐된 한국영화의 역사 김성욱의 <제국 일본의 조선영화 - 식민지 말의 반도: 협력의 심정, 제도, 논리>(이영재 | 현실문학) 한국영화사뿐 아니라 한국의 역사에서도 식민지 시대는 은폐되어왔다. 그런 이유로 ‘친일영화’에 대한 기록은 쉽게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이 책에서 한국영화의 기틀을 만든 ‘선구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1930년대 후반부터 1945년 사이에 만들어진 일본어와 조선어가 혼재된 친일영화들을 대상으로 한국영화사, 나아가 한국사에서 회피되어온 제국 일본과 조선에서 오갔던 문화적인 협력과 탄압의 과정을 확인할 기회다. 한 번도 다뤄진 적이 없는 시대의 영화를 다루면서 우리가 원하거나 원치 않았던 여러 기록들을 공개하고, 이를 통해 국가와 영화를 연결하고 이후 세대에 대한 영향력을 설명한다. 명쾌하게 시나리오 쓰기 원신연의 <캐릭터 중심의 시나리오 쓰기> (앤드루 호튼 | 한나래) ‘시나리오를 한 편 쓰고 싶은가? 그냥 써라! 영화를 만들고 싶은가? 그냥 만들어라. 시나리오는 필요치 않다.’ 책의 겉표지에 아주 자랑스럽게(?) 쓰여 있는 글귀다. 시선을 확 잡아끌지 않나? 이 책을 접하게 된 때는 2001년도다. <달콤, 살벌한 연인>의 손재곤 감독이 이 책을 추천했다. 책은 시나리오를 쓰는 데 있어서 무엇은 되고, 무엇은 안 된다는 식의 기존 공식을 파괴하며 새로운 방법들을 명쾌하게 제시한다. 생성의 축제인 카니발과 캐릭터의 창조적 중요성을 역설하는 이 책은 창의적인 시나리오 쓰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그야말로 끝내주는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영화를 빛낸 원작 소설의 맛 윤성호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코맥 매카시 | 사피엔스21) 장편 데뷔작 <은하해방전선>으로 작년 한 해 요란한 신고식을 치렀던 윤성호 감독. 재기발랄한 그의 영화와는 딴판으로 꽤 묵직한 책을 골랐다.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원작인 이 책은 쫓고 쫓기는 구도를 바탕으로 한 속도감 있는 전개, 무뚝뚝한 묘사와 건조한 문체로 영화 못지않은 긴장감과 비장미를 선사한다. 코엔 형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보고 시쳇말로 ‘뻑이 가’ 과연 원작 소설은 얼마나 더 하드보일드 할까 하는 궁금함에 곧바로 서점에 달려가 이 책을 샀다. ‘애초에 영화로 담백하게 환유할 수 있는 위대한 원작이란 따로 있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대단한 작품이었다. 영화 만들기의 시각적인 작업 지침서 최병근의 <영화연출론 Shot By Shot> (스티븐 디 캐츠 | 시공사)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영화를 직접 만드는 과정에 필요한 요소들을 담고 있다. 연출자에게 연출이라는 추상적인 개념 외에도 시각적인 기법과 스타일에 관한 방법을 제시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한 지침서다. 특히 750점이 넘는 그림과 사진, 오리지널 스토리보드를 수록해 대화 장면의 무대화, 카메라의 구도와 움직임, 샷의 블로킹 등 실질적인 만들기 과정을 효과적인 방법으로 설명하고 있다. 배우에만 의존하지 않고 미장센의 요소들을 통한 시각적 진술을 꿈꾸는 필름 메이커들에게 필수적인 영화개론서가 될 것이며, 영화 감상자에게도 영화의 비주얼 법칙을 이해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혼란기 미국을 바라보는 어떤 시선 오승욱의 <베트남에서 레이건까지> (로빈 우드 | 시각과 언어) 이 책은 도덕적으로, 또한 윤리적으로 영화와 세상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방법과 태도를 알려준 영화비평서다. 저자 로빈 우드는 미국이 하노이에 폭탄을 쏟아 부었던 1965년부터 1980년대 말까지 보수주의가 팽배해 있던 시대의 할리우드영화를 돌아본다. 확고한 신념에 찬 지식인이자 게이인 우드는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1970~1980년대 영화들을 두루 평한다. 우드의 날카로운 지성은 미국의 악몽을 대변한 공포영화, 브라이언 드 팔마와 마틴 스콜세지의 영화에 숨겨진 문제의식을 끄집어낸다. 텍스트를 새롭게 서술한 그의 비평이 겨냥한 것은 당대의 정치, 사회뿐 아니라 문화까지 집어삼켰던 파시즘이다. 그들의 영화는 곧 그들의 삶이었다
거장 영화감독들을 향한 전기적 접근은 꽤 오래전부터 지속돼온 작업이다. 그들의 지나온 인생이 곧 그들의 작품세계를 가장 손쉽게 풀어줄 마스터키인 까닭이다. 강보라 기자 <히치콕: 공포의 미로 혹은 여행> (진 아데어 | 나무이야기) 오늘날 공포영화 감독들이 여전히 일용할 양식으로 삼고 있는 미스터리한 남자. 수많은 공포의 법칙을 스크린에 새긴 서스펜스의 아버지, 알프레드 히치콕. The end 자막도 없이 끝나버린 그의 영화 <새>처럼, 그는 죽었지만 그가 남긴 위대한 유산들은 여전히 끝이 보이지 않는다. <사이코>에서 45초에 불과한 살인 장면을 위해 70여 개가 넘는 숏을 찍었다는 일화에선 그의 집요하리만치 편집광적인 성격을 엿볼 수 있다. <쿠엔틴 타란티노: 컬트와 예술을 교란한 뒷골목 문화의 지휘자> (자미 버나드 | 나무이야기) <저수지의 개들>로 떠들썩하게 데뷔, 두 번째 작품 <펄프 픽션>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거머쥐며 세계 영화계의 총아로 떠오른 타란티노. 어느덧 중견이 된 이 악동 감독은 마이너리티 문화의 포식을 바탕으로 가공할 만한 폭력 애호(?)와 함께 관객과 평단을 동시에 농락해왔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그의 작품세계와 심리 상태, 주위 인맥을 두루 살피며 피와 욕망이 들끓는 날것 그대로의 ‘타란티노 월드’로 우리를 데려간다. <이장호vs배창호> (김영진 | 한국영상자료원) 한국 고전영화는 소수 노년층만이 향유하는 향수병 영화가 아니다. <이장호vs배창호>는 197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 한국영화 역사를 새로 쓴 두 감독의 인생 궤적과 작품 경력을 집중 조명한 소평전이다. 영화평론가 김영진은 1980년대 한국영화의 최전선인 이장호와 배창호 감독을 필두로, 한국 고전영화에 대한 외면과 함께 잊혀가는 그들의 작품세계를 현재진행형으로 이야기한다. ‘국산’이라 천대받던 우리 영화를 한 단계 진화시킨, 현재도 신작을 준비하고 있는 이 무시무시한 현역들의 전설에 주목해볼 것. <중국 영화의 거장들> (이종철 | 학고방) 중국의 문화 영웅 장예모, 작가주의로 무장한 첸카이거, 대륙 블랙 코미디의 대가 풍소강, 액션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오우삼… 이름만 들어도 울렁증이 날 것만 같은 초대형 감독열전이다. 세계 영화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중국의 거장 감독 14명을 선정, 그들의 성장 과정과 대표작을 심도 있게 파헤쳤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높아진 위용을 과시한 중국 감독들의 면면을 살펴보는 일은 시네필의 필수 코스가 될 듯. 영화 독학자들을 위한 교과서
누구나 영화를 즐기고 논하는 시대. 하지만 모두가 영화를 아는 것은 아니다. 영화도 기본기가 중요하다. 다양한 시각으로 영화의 탄생과 진화를 알려주는 이론서들을 소개한다. 하정민 기자 <월하의 여곡성: 여귀로 읽는 한국 공포영화史> (백문임 | 책세상) 한국에만 있고 외국에는 없다. 검고 긴 머리 사이로 보이는 핏발 선 눈, 월광에 비친 하얀 소복 차림의 여귀(女鬼)는 거의 모든 한국 공포영화에 출몰한다. 한국 공포영화는 그녀들의 한 서린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여귀는 어떻게 한국 공포영화의 아이콘이 되었을까. 저자는 여성을 향한 사회의 억압과 가부장적 권력이 스크린으로 여귀를 불러들였다고 말한다. 책은 시대에 따라 흉측한 복수의 화신에서 연민의 대상, 욕망의 대행자로 변화한 여귀를 쫓으며 한국 공포영화사를 짚어나간다. <디지털 영화> (김은경 외 | 커뮤니케이션 북스) 디지털은 20세기 영화와 21세기 영화를 가른다. 디지털영화는 곧 21세기 영화를 의미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일반 사람들에게 디지털영화의 개념은 모호하다. <디지털 영화>는 이에 대한 기본적인 정의를 내린다. <아는 여자> <인어공주> <조용한 세상> 등 디지털로 제작된 한국영화 10편의 사례는 디지털영화의 시대를 맞아 변화한 현장과 디지털영화 제작 기법을 설명한다. 한국 디지털영화 제작 현황을 분석하며 디지털 시대로 접어든 한국 영화계를 진단한 부분에서는 저자 3인의 날카로운 분석력이 엿보인다. <중국영화의 이해> (한국중국현대문학학회 | 동녘) 중국영화는 세계 영화사에서 이미 거대한 텍스트다. 하지만 아직도 중국영화를 무협영화나 시대극으로만 인지하고 있는 관객들이 있다면 이 책은 필수다. <중국영화의 이해>는 7인의 중국문화 연구자들이 1세기가 넘는 중국영화사를 7가지 주제로 나눠 집필한 일종의 중국영화 입문서다. 중국영화라는 용어의 범위부터 중국, 대만, 홍콩영화의 역사와 연관성, 중국 영화감독, 장르, 현대 영화의 경향, 영화 산업 그리고 중국문학과 영화의 관계를 7장에 걸쳐 이야기한다. <아주 특별한 상상발전소, 영화> (유혜정 | 한솔수북) 심오한 영화학술서나 이론서에서만 언급됐던 세계 영화사. 때문에 그동안 아이들에게 맞는 영화책을 찾기 쉽지 않았다. 단순 명쾌한 해설과 재기발랄한 구성이 돋보이는 <아주 특별한 상상발전소, 영화>는 바로 아이의 눈높이에 맞춘 영화책. 저자는 아이들에게 영화사를 쉽고 재밌게 전달하기 위해 동화의 형식을 빌린다. 영화의 탄생과 영화 제작 과정, 영화의 특수 효과, 영화 산업, 세계 속의 한국영화 이야기 등이 영화만 보면 조는 아이 조니의 꿈을 통해 펼쳐진다. 영화에게 배운다
영화가 전하는 것은 감동만이 아니다. 우리는 영화를 통해 삶의 지혜도, 기술도, 과학도, 영어도 배울 수 있다. 탁월한 실용 교과서 영화를 통해 다방면의 지식을 습득해보자. 하정민 기자 <영화감독처럼 경영하라> (슈테판 푸리어 | 스마트비즈니스) 바야흐로 IQ보다 EQ가 대접받고 기술보다 감성이 중요한 시대다. 이러한 대세를 CEO라고 거스를 수는 없다. <영화감독처럼 경영하라>는 영화감독을 벤치마킹해 훌륭한 영화(조직)를 연출할 것을 조언하는 일종의 처세서다. 시나리오, 제작자, 스탭, 캐스팅, 감독, 스타 등 영화의 요소로 챕터를 나눠 영화 연출과 경영이 어떻게 닮은꼴인지, 영화의 특수성을 조직에 어떤 방식으로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매 챕터마다 개츠비 피츠제럴드라는 영화감독의 일화로 시작하는 구성은 저자의 메시지를 보다 명쾌하게 전달한다. <영화로 새로 쓴 물리교과서> (최원석 | 이치) ‘냉동인간은 가능할까?’ ‘제다이의 광선검을 만들 수 있을까?’ ‘날아가는 비행기 위로 뛰어내릴 수 있을까?’ SF영화의 기상천외한 장면을 봤을 때 저절로 떠오르는 의문들이다. 너무 실감나게 그려져서 현실적으로 보였던 영화 속 과학을 물리학자가 증명한다. 물리 교사인 저자는 복잡한 과학 개념들을 영화와 접목해 알기 쉽게 설명한다. 슈퍼맨이 지구 밖으로 공을 던지고 날아가는 로켓에 기어오르는 장면들이 실제로는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해 보이는 책은 학창 시절 과학을 멀리했던 독자의 시선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나의 영어는 영화관에서 시작됐다> (이미도 | 웅진지식하우스) 영화관에서 영화 좀 본다 하는 사람들에게 ‘이미도’라는 세 글자는 웬만한 배우 이름보다 익숙할 것이다. <나의 영어는 영화관에서 시작됐다>는 수많은 영화의 엔딩 타이틀에 이름을 올렸던 외화번역가 이미도의 저서다. 번역가로서의 삶을 녹인 산문집에 가깝지만 책에는 그의 번역 인생뿐 아니라 관객들이 그토록 알고 싶어 했던 그의 영어 이야기도 실려 있다. 저자는 공부와 놀이로 즐기는 영화 감상법, 효율적인 영어 공부법을 발랄하고 재치 있는 문체로 풀어놓는다. <영화로 배우는 스포츠문화사> (이학준 | 북스힐) 저자는 스포츠영화와 스포츠영화가 아닌 영화를 구분 지으며 서두를 시작한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스포츠를 다뤘지만 소재만 빌려오고 스포츠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는 영화는 스포츠영화가 아니다. 진짜 스포츠영화를 가지고 스포츠 문화사를 논하고 싶었다는 저자는 엄선한 스포츠영화로 각 시대별 스포츠 문화사를 기술한다. <글래디에이터>로 고대 스포츠를, <기사 윌리엄>으로 중세 스포츠를, 그리고 <불의 전차>와 <바람의 파이터>로 근대 올림픽과 무도 스포츠를 이야기한다. 스크린에서 캐낸 문화 패러다임
영화를 향한 미시적 분석은 언제나 흥미롭다. 그것은 때로 문화 현상 전체를 내려다보는 조감도의 역할을 한다. 강보라 기자 <숭배에서 강간까지: 영화에 나타난 여성상> (몰리 해스켈 | 나남) ‘시네 페미니즘’이라는 비평이 이름을 갖기 시작한 1970년대에 발표된 미국 페미니즘 영화 비평의 고전으로, 이제야 번역을 통해 국내에 출간되었다. 책은 할리우드영화가 여성을 어떤 도구로 이용해왔는지, 여성을 성녀 아니면 창녀로 보는 남성의 이분법적 관점이 주류 영화에서 어떻게 묘사되어왔는지를 생생히 고발한다. 숭배의 대상이었던 여자가 할리우드영화로 인해 능력도, 야망도 없는 성적 존재로 한정 지어졌다는 저자의 주장은 꽤 설득력이 있다. 거북한 페미니즘 담론의 홍수 속에 모처럼 등장한 도발적인 책. <에로티시즘과 영화> (다니엘 세르소 | 푸른사상사) ‘나체, 삽입’ ‘천국에서 먼 엉덩이, 포르노 장르에 관한 시론’… 목차부터 예사롭지 않은 이 책은 클래식 에로영화부터 B급 포르노영화까지 종종 논의 대상에서 배제되어온 끈적끈적한 장르들에 기꺼이 학문적 잣대를 들이댄다. 영화잡지 편집장인 저자와 그의 동료들은 영화에 나타난 에로티시즘을 다각적인 시각에서 연구하며, 오랜 세월 폄하되어온 ‘19금’ 영화들에게 명예 회복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 영화를 보라: 인문학과 영화 그 어울림과 맞섬> (고미숙 | 그린비) 여전히 근대성을 버리지 못한 현대에 만성적인 불만을 품고 있던 저자는 6편의 영화를 매개로 한국 사회의 근대적 표상 체계들에 딴죽을 걸기 시작한다. <음란서생>을 통해 한국에서 섹슈얼리티의 억압이 근대 이후에 시작되었음을 밝혀내거나, <라디오스타>에서 신기할 정도로 가족과 가족주의에 무심해진 현대 한국영화의 진보를 발견하는 식이다. 그녀는 지금까지 당연한 것으로 인식돼온 국가와 가족과 민족이란 개념을 속 시원한 독설로 가뿐히 전복시킨다. <이진경의 필로시네마: 탈주의 철학에 대한 10편의 영화>(이진경 | 그린비) <길버트 그레이프>를 말하는데 조니 뎁이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이름은 거론조차 되지 않고,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영화 <카프카>를 언급하면서 그의 데뷔작인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에 대해선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이진경의 필로시네마>는 그간의 익숙했던 시선을 거두고 철학을 통해 영화의 도식화된 이미지를 새롭게 재해석한다. 철학자의 독특한 시선 아래 ‘탈주’라는 주제로 한데 묶인 <블레이드 러너>나 <모던 타임스>는 난생 처음 보는 영화처럼 낯설게 다가온다. 영화에 대한 사적인 리플들
분방한 필치의 영화 에세이에는 전문 서적에선 느낄 수 없는 편안함과 즐거움이 있다. 영화에 대한 자유로운 사유로 가득한 개인적 잡문들. 강보라 기자 <15세 소년 영화를 만나다: 영화로 보는 인간과 세상> (이대현 | 다할미디어) 실제 15세 소년의 아빠인 저자는 사춘기 소년의 예민한 눈으로 영화와의 새로운 접속을 시도한다. <버킷 리스트>에선 후회 없는 삶을, <잠수종과 나비>에선 영혼의 자유를, <드림걸즈>에선 인종차별을 이야기하며 그는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춘 바람직한 영화 감상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우리의 아들딸들은 축복받은 세대다. 서점에만 가면 수많은 영화 관련 책들을 쉽게 만날 수 있으니까” 곧 15세가 될 아들을 둔 봉준호 감독의 말이다. 요즘 청소년들, 정말 복 받은 것들임에는 틀림없다. <조제는 언제나 그 책을 읽었다: 영화와 책이 있는 내 영혼의 성장기> (이하영 | 웅진지식하우스) 조제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구미코가 하도 읽어 닳아빠진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 <한 달 후 일 년 후>의 여주인공 이름이다. <쇼생크 탈출>에서 주인공 앤디가 교도소 서적을 정리하며 <몽테크리스토 백작>을 ‘교육’으로 분류한 것은 후에 있을 사건을 암시하는 매우 중요한 단서. 이처럼 <콜드마운틴> <매치포인트> <카포티> 등 23편의 영화에 캐스팅됐던 23권의 책과 함께, 저자는 영화에 등장했던 책이 상징했던 바를 명쾌하게 해석해주고 있다. <발라시네: 르 클레지오, 영화를 꿈꾸다> (르 클레지오 | 글빛) 프랑스의 지성 르 클레지오가 칸국제영화제 60주년을 기념하여 발간한 따끈따끈한 영화 에세이. 어린 시절 무성영화에 대한 기억부터 2차 대전 이후 일본영화 전성기에 대한 회상,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을 필두로 한 유럽영화의 격동기를 지나온 체험, 한국영화의 약동에 대한 증언에 이르기까지 영화사의 역사적인 순간들을 특유의 서정적인 언어로 그려냈다. 책의 말미에는 저자가 직접 단행한 박찬욱, 이창동, 이정향 감독과의 인터뷰가 실려 있어 소장 가치를 더한다. <라스베이거스 짬뽕 사건: 카메라 앞뒤의 30년, 진유영 에세이> (진유영 | 청어) <인간시장>의 배우 진유영의 자전 에세이. 지난 30년간 카메라 앞뒤에서 그가 겪어야 했던 성공과 좌절, 방송과 영화계의 비사, 그를 둘러싼 주변인들의 에피소드를 한데 모았다. 영화계의 부정적인 면을 가감 없이 들춰낸 부분이 특히 흥미롭다. 맛깔스런 제목의 ‘라스베이거스 짬뽕 사건’은 실은 아스팔트 위에 흘린 짬뽕 국물을 핥아먹던 그의 서러운 라스베이거스의 기억이 반영된 제목이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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